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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마주앉은 이야기꾼들.. 예술의 전당 ‘소소살롱’

[서울신문]

소설가 김애란(왼쪽)과 소리꾼 이자람이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소소살롱’ 첫 무대에 마주 앉아 창작자로서의 삶과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작가의 ‘노크하지 않는 집’을 이자람이 판소리 ‘여보세요’로 꾸미며 서로의 ‘찐’팬이 된 두 이야기꾼은 이날 진솔하고 유쾌하게 수다를 떨듯 이야기를 이어갔다.예술의전당 제공
소설가 김애란(왼쪽)과 소리꾼 이자람이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소소살롱’ 첫 무대에 마주 앉아 창작자로서의 삶과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작가의 ‘노크하지 않는 집’을 이자람이 판소리 ‘여보세요’로 꾸미며 서로의 ‘찐’팬이 된 두 이야기꾼은 이날 진솔하고 유쾌하게 수다를 떨듯 이야기를 이어갔다.예술의전당 제공

“이자람님은 누구나 산책하고 등반하도록 허락하는 너르고 깊은 산 같아요.” “김애란님은 이야기를 함께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작가예요.”파워사다리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애틋한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은 서로의 ‘찐’ 팬이 틀림없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서 열린 ‘소소살롱’에 마주 앉은 소리꾼 이자람과 소설가 김애란은 수줍게 서로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한 관객이 “세계관의 대충돌”이라며 흥분을 전할 만큼 참신한 조합이다.

둘의 인연은 몇 해 전부터 이어졌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며 “작가와 잡담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자람은 2016년 김 작가의 데뷔작인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2002)으로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소설을 판소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날 신기하게도 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소설이 ‘여보세요’라는 판소리로 태어난 뒤엔 서로 공연과 작품을 챙겨보고 함께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사이가 됐다. 김 작가는 지난해 낸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속 에세이 ‘아는 얘기, 모르는 노래’에 이자람과의 인연을 적기도 했다.

‘소소살롱’은 올해 줄줄이 중단된 예술 아카데미 강좌들을 대신해 예술의전당이 처음 선보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소리꾼과 소설가의 편안한 대화를 주제로, 두 이야기꾼의 만남이 첫 무대로 꾸며졌다. 둘은 창작자로서의 삶과 각 장르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혼자 배우와 연출, 음악을 모두 해내는 점에서 소리꾼과 작가는 비슷해요. 물론 저는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요. 게다가 요즘처럼 브이로그나 유튜브로 자기를 얘기하는 1인칭 시대에 판소리는 3인칭 시점으로 건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정한 장르 같아요.”(김애란)

“저는 코로나19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소설가가 더욱 부러웠어요. 독자들이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작가는 언제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이자람)

따스한 눈빛과 함께 오간 창작과 판소리에 대한 대화는 꽉 찬 객석도 쉴 새 없이 웃음을 보내도록 유쾌했다. 40분쯤 지나자 이자람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부채를 들었다. “앗, 저 판소리 해야 돼요.” 한마디에 김애란은 객석으로 내려가 팬의 자세로 앉았다.

소리꾼 이자람이 자신의 팬이기도 한 김애란 작가의 요청을 받아 ‘수궁가’ 중 한 대목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고수 이준형.예술의전당 제공
소리꾼 이자람이 자신의 팬이기도 한 김애란 작가의 요청을 받아 ‘수궁가’ 중 한 대목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고수 이준형.예술의전당 제공

이자람은 ‘수궁가’ 중 대신들이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에 나가기 싫어 갖은 핑계를 대던 중 말단 별주부가 갑자기 자신이 가겠다고 나서는 대목을 불렀다. 무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인데 “기회가 되면 판소리 공연을 예매한다”는 김 작가의 안목으로 무대에 올랐다.파워볼게임

이어 ‘여보세요’의 새로운 작창 버전이 처음 공개됐다. 각자 방에서 하숙을 하는 젊은 여성 5명이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 문구들이 감칠맛 나게 살았다. “이 집엔 서로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는 룰이 있는데,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면 가장 발달해야 하는 것은 청각이라. 드르르르륵 물 내리는 소리, 다라락 다라락 화장실 슬리퍼 소리, 찰칵 문 닫히는 소리….”

이자람은 “내 방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모두가 너이기도 나이기도 한, 공감할 이야기”라 이 소설을 판소리로 꾸몄다고 했다. 그러자 김 작가도 “20대 때 내가 살던 방 이야기”라면서 “미래를 모르고 듣던 그때의 소리들을 다시 듣는 기분”이라고 받아쳤다.

이처럼 어딘가 닮게 맞닿은 두 이야기꾼은 정해진 90분보다 20분 가까이를 더 앉아 관객들과 도란도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창작에 깊은 인상과 자극을 준다는 두 사람은 각자의 계획에도 눈을 반짝이며 기대를 드러내고는 사이좋게 무대 뒤로 돌아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임종 임박 환자도 코로나19 검사 해야하나” 의료진도 고충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한 요양병원에서 보호자와 환자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인사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한 요양병원에서 보호자와 환자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인사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마지막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동행복권파워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달라진 임종환경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면회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대다수 의료기관은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와 가족의 면회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호구 착용, 면회 가능 인원 등의 제한을 엄격히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임종 전만큼은 1인실 병실에서 방역수칙에 따라 가족들의 면회를 허용했다. 원칙적으론 감염병 상황에 따라 보호자 1인만 면회가 가능하고 중환자실은 면회가 아예 불가하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1인실 병실 입원 환자는 병실에서, 중환자실 환자는 중환자실 내에서 면회를 허용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 중 위독한 상태로 진행돼 임종을 앞둔 환자는 처치실로 옮겨 짧은 면회만 허용하고 있다. 임종 전 면회는 가족에 한해 최대 2명까지 가능하다. 의정부성모병원도 예외적으로 임종기에 접어들기 전 의식이 잠깐 돌아오는 경우 의사 판단 하에 1회 정도 직계가족이 5종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로 면회할 수 있다. 의식이 없고 임종실로 옮겨진 상태라면 2명까지만 임종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생애 마지막 시기임에도 직접 대화를 하거나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는 스킨십조차 쉽지 않은 탓에 환자와 가족들의 속병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기 환자는 불안을 호소하고, 가족들도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사별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가족들은 병원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환자는 혼자 임종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적인 좋은 죽음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응급실 임종이다. 응급실은 편안한 임종 장소가 아니다. 따로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가족들이 응급실 앞에 모여 출입카드를 바꿔가며 임종 직전 환자의 얼굴만 보고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실 사망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서울대병원의 사망 장소별 사망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 사망자 비율이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였던 응급실 사망자 비율이 26.8%로 오른 것이다. 유 교수는 “위독한 상황에서 응급실로 옮겨진 환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제한돼 시간을 보내다 임종을 맞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말기 암환자들의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다. 특히 국공립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호스피스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국공립의료기관 위주로 호스피스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감염병 환자만 받으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많았다”며 민간 의료기관의 호스피스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에 철저한 ‘임종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죽음을 맞을지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임종을 원한다면 임종 돌봄을 위한 의료기관을 먼저 정해야 한다. 임종이 임박했다면 ▲가족 대표 정하기 ▲면회 우선순위 정하기 ▲편지나 영상통화 등 비대면 인사 준비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에서 임종을 원하는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집에서의 임종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담당의사에게 미리 소명서 받아두기 ▲임종 전 장례식장과 장례절차 상의 ▲사망진단 받을 병원 확인 등을 점검해야한다.

전미옥·유수인 기자 romeok@kuinews.com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김휘영 교수 연구팀

지방간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지방간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상 체중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이어도 상대적인 지방량이 증가할 경우 지방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김휘영 교수 연구팀은 지방간이 없었던 성인 9천여 명(평균 연령 45세)을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저체중, 정상체중, 과체중, 비만 등 4개 군으로 나눠 추적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그 결과 지방량이 근육량보다 지방간 발생을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한 지표로 확인됐다.

비만이 아니라도 지방량이 증가하고 근육량이 감소한 경우 지방간 위험이 커졌고, 심지어 몸무게가 정상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이어도 지방량이 증가하면 지방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근육량이 감소하면 지방간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비만 여부와 무관하게 체지방률(상대적 지방량)이 지방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단기간에 지방이 증가하면 비만이 아니어도 지방간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정상 체중이라도 지방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지방간은 지방에 간이 축적된 상태로, 과체중이나 비만일 때 주로 나타난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 환자도 지방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은 악화하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지방간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BMI 25 이상의 비만, 과체중의 경우 하루 에너지 섭취 권고량보다 30% 정도 줄여서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jandi@yna.co.kr

[코로나 이후의 삶, 세계 知性에 묻다] [2] 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철학계의 엘비스 프레슬리 슬라보이 지제크.
/북하우스 철학계의 엘비스 프레슬리 슬라보이 지제크.

“뉴 노멀 시대엔 새로운 형태의 공산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재난 자본주의의 해독제로 쓰일 ‘재난 공산주의’ 같은 것이다.”

‘철학계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는 슬로베니아 출신 스타 학자 슬라보예 지젝(71) 류블랴나 대학 선임연구원은 몸이 좋지 않다며 연신 콧물을 훔치고 눈을 비볐다. 지난달 10일 화상 앱 줌으로 그를 만났다. 21세기를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자인 지젝은 지난 7월 출간한 ‘팬데믹 패닉’(북하우스)에서 “국가가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아 마스크, 진단키트 같이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들의 생산을 조정하고, 실직한 모든 사람의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를 수행해야 함은 물론, 이 모든 일을 시장 메커니즘을 버려가며 해야 한다”고 썼다.

-여러 분야에서 ‘뉴 노멀’을 이야기한다.

“우려스럽게도 ‘뉴 노멀’은 내전(civil war) 같은 것이다. ‘무엇이 뉴 노멀이 될 것인가’란 문제는 거대한 정치적 투쟁이다. 포퓰리스트 보수주의자들은 ‘뉴 노멀’에선 우리 중 누군가는 바이러스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와 같은 디지털 전문가들은 ‘뉴 노멀’에선 훨씬 더 급진적인 디지털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 머무르면서도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하게 하는 기술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전망도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격리가 가능하지만, 그들을 위해 음식과 물품을 배달해줘야 하는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나라에선 제3의 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한국, 대만, 호주, 베트남, 뉴질랜드처럼 이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의 완전한 연대(full solidarity)가 가능한 곳 말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나.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우리 삶이 매우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행동도 급진적으로 변해야 한다. 라틴 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서유럽은 공포에 질려 있다. 격리가 다시 시작됐고 끝날 기미가 없다. 사람들은 아직도 ‘올드 노멀리티(old normailty)’가 돌아올 일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북하우스 최근 출간된 지젝의 '팬데믹 패닉'.
/북하우스 최근 출간된 지젝의 ‘팬데믹 패닉’.

-환경을 파괴하고 이윤만 추구해온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빌 게이츠처럼 지적인 기업인조차 우리가 알고 있던 자본주의는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훨씬 강한 국가, 훨씬 강한 국제적 협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통상의 시장 메커니즘으로 전염병과 싸울 수 없다. 미국조차도 완전히 반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있다. 도발적이지만, 나는 이를 ‘새로운 공산주의’라 명명한다. 북한이나 중국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가 뉴스를 제대로 본 게 맞는다면 한국에서는 누군가 확진되면 그 사람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추적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만일 확진되면 사람들과 모이지 말고, 집에 머무르며, 의사에게 가라’고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구(舊)공산주의의 통제 상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매우 슬픈 일이다. 인구 200만명 국가에서 거의 매일 100명 가까이 확진되는데도 확진자들이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국가에 제공하길 거부한다. 통제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오늘날의 과업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반정부 시위를 막기도 한다.

“슬로베니아에서도 정부가 코로나를 반정부 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핑계로 이용한다. 그렇지만 국가의 통제가 진짜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로 무서운 건 우리 일상에 스민 디지털 통제다. 이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선 비밀경찰이 전화와 이메일을 검열한다. 이스라엘에선 20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더라.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을 위한 물리적 통제로 자유를 위협받는다고 말하는 건 위선적으로 보인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비교적 간단한 통제다. 당신이 누구와 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같은 사적인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 팬데믹에도 어떤 이점이 있을까”묻자 지젝은“위기 그 자체가 이점이다. 이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삶은 역설이다”라고 했다. 사진은 2012년 경희대에서 강연 중인 지젝. /경희대학교
“이 팬데믹에도 어떤 이점이 있을까”묻자 지젝은“위기 그 자체가 이점이다. 이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삶은 역설이다”라고 했다. 사진은 2012년 경희대에서 강연 중인 지젝. /경희대학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간 문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산업혁명은 시장지배적인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그 시대가 한계에 다다랐다. 앞으로는 디지털 전체주의가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메커니즘에 의해 어느 때보다 더 사회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우리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영적(靈的) 고독은 확보받지 못한다. 진정으로 혼자가 된다는 건 아주 어렵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억하라. 두 달 전, 우리는 영국과 미국이 전대미문의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배웠다. 실업률은 높은데 주식은 가파르게 올랐다. 이건 역설이다. 더 이상 시장이 생산성을 증명하며, 기업이 잘돼 이익이 많으면 주가가 올라가는 구자본주의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식시장이 실제 경제적 생산성과는 괴리돼 있는 시대, 투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넷플릭스는 거의 ‘포스트 자본주의’ 기업이다. 수백 개 영화를 만들면서 돈을 잃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새로운 시리즈를 항상 만들면서 아직도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알던 방식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교육의 질적 저하도 우려한다.

“줌 교육은 팬데믹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다. 서유럽에선 이 문제가 사회적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어린이와 10대들의 정서가 파괴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적합한 교육의 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학교에 가는 건 사회적 대면의 예의, 책임, 친구를 어떻게 대하는지 배우기 위해서다. 그 모든 것이 유예됐다는 것이 끔찍하다.”

-코로나 이후 당신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여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낙원은 학회차 해외로 떠났는데 뭔가 착오가 생겨 회의가 다 취소되고 혼자 외국 대도시에 3~4일 있게 되는데 아무도 내가 거기 있는 걸 모르고 아무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걸 전혀 못한다. 일할 시간이 생겨서 미친 것처럼 일해 두 권의 책을 마쳤다. 자유롭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런던, 뉴욕, 서울 같은 대도시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날 슬프게 한다. 내가 서울서 좋아하는 곳은 물론 강남이고 그중에서도 거리의 작은 음식점들을 좋아한다. 나는 항상 크고 붐비는 도시를 좋아했다. 강남의 레스토랑에서 혼자 일하는 것이 군중 속에서 혼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곽아람 기자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 19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활 확률이 높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 19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활 확률이 높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코로나 19에 더욱 취약하며,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더 크다.

지금까지 보고된 여러 나라의 환자 통계 결과를 메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 19 환자는 일반 병실에 입원한 경우에 비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가 상대위험도 2.21로 2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혈당, 면역 기능 저하, 혈관 합병증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망률도 더 높게 나타났다. 중국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4만 4672명의 코로나19 환자 중 당뇨병의 유병률은 5.3%이었다.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 19 환자의 사망률은 7.8%로, 전체 사망률인 2.3% 보다 높았고, 기저질환이 없는 코로나 19 환자의 사망률인 0.9% 보다 높았다. 국내에서도 2020년 5월까지 30세 이상의 코로나 19 환자 5,307명 중 당뇨병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은 12.2% 로 당뇨병이 없는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인 2.6%보다 매우 높았다. 이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낮은 면역력, 합병증 이외에도 고령인 경우가 많고,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다른 만성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질병에 취약한 만큼 더욱 감염 예방에 힘써야 하는 이유”라고 당부했다. 정인경 교수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와 ‘DIABETES AND METABOLISM JOURNAL’ 에 게재되었다.

혈당 조절 필수, 당뇨병 없어도 감염되면 모니터링 필요

당뇨병 환자는 코로나 19 일차 예방의 일환으로 최적의 혈당 조절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 19에 감염되면 몸속에서는 스트레스 상태가 유발되어 코르티솔, 카테콜아민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뿐 아니라, 인터루킨-6 등의 염증 관련 싸이토카인이 증가한다. 이는 혈당 상승과 극심한 염증반응으로 인해 코로나 19의 중증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반대로 코로나 19 감염이 당뇨병 발병을 유발할 수도 있어 치료 중에 당뇨병 발생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 단일 센터 연구 결과, 고혈당증을 앓고 있는 코로나 19 환자의 28%는 입원 전에 당뇨병으로 진단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코로나 19에 감염되면 탈수 및 다 장기 부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설폰요소제와 같은 당뇨병약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감염 상태에 따라 약을 변경하거나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장 또는 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면 약물을 변경하게 된다. 정인경 교수는 “중증 코로나 19 환자는 극심한 고혈당에 신기능이나 간기능 이상, 탈수의 위험을 고려하여 인슐린이나 적절한 당뇨병 약제로 혈당을 조절해야 감염으로부터 잘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인슐린 사용 시에는 저혈당 위험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격한 혈당 관리 필수

코로나 19는 비말에 의한 감염이 일어나므로, 최대한 비말감염 경로를 피하고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당뇨병 환자는 △외출이나 혼잡한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손을 잘 씻고, △기침 에티켓을 유지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고, △의료 기관을 방문하기 전에 마스크를 쓰고,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항상 테이블과 같이 자주 만지는 표면을 닦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혈당 관리를 위해 경구 약물을 복용하고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인슐린이나 경구약물을 투여하고 혈당을 더 자주 모니터링해야 한다. 혈당 자가모니터링은 아침에 깨어난 후와 식사 후 2시간에 한 번 이상은 하는 것이 좋다. 혈당 수치가 평소보다 높으면 의사를 방문해 적극적인 치료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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