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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경험이 초일류로’
26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선대 고(故) 이병철 창업 회장은 ‘한국산 초일류’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갔다. 인터넷에선 ‘삼성의 흑역사’라는 이름으로 비아냥대는 내용도 나오지만, 숱한 실패는 오늘날 ‘초격차’ 삼성의 초석이 됐다.

삼성정밀이 1979년 일본 미놀타와 제휴해 만든 하이매틱 S 자동 카메라. 미놀타 로고와 함께 당시 삼성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 삼성전자뉴스룸
삼성정밀이 1979년 일본 미놀타와 제휴해 만든 하이매틱 S 자동 카메라. 미놀타 로고와 함께 당시 삼성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 삼성전자뉴스룸



일본산 조립에서 이미지 센서로
카메라 분야는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건희 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계속 도전해온 분야다. 삼성정밀은 1970년대 말 일본 미놀타와 기술 제휴해 콤팩트 필름 카메라를 조립하고, 전문가용 일안 반사식(SLR) 카메라를 수입해 팔았다.파워볼사이트


85년엔 ‘케녹스’란 브랜드로 첫 자체 설계 카메라를 만들기도 했다. 자동초점(AF) 기능, 세계 첫 광학 4배줌 카메라 등을 만들었지만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1995년엔 독일 유명 카메라 업체인 롤라이를 인수했지만 4년 뒤 재매각했다.

1980년 4월 일간지에 실린 삼성 미놀타 '하이매틱 SD' 광고. 당시 일본 수입 카메라와 비교하면 3분의1 가격이었다. 중장년층의 어린 시절을 찍은 카메라 중 상당수가 이 제품이었을 게다.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1980년 4월 일간지에 실린 삼성 미놀타 ‘하이매틱 SD’ 광고. 당시 일본 수입 카메라와 비교하면 3분의1 가격이었다. 중장년층의 어린 시절을 찍은 카메라 중 상당수가 이 제품이었을 게다.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이후에도 삼성항공-삼성테크윈 등에서 카메라 사업을 지속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열린 뒤엔 일본 펜탁스와 제휴해 자체 디지털 SLR 카메라인 ‘GX’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미러리스(카메라 내부에 반사용 거울이 없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 ‘NX’ 시리즈도 출시했다.파워볼엔트리

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면서 2016년 삼성은 공식적으로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30년 넘게 카메라 사업을 하면서 쌓은 광학 기술과 오랫동안 쌓아온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이미지 센서 제작 기술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NX 미니'. 2년 뒤 삼성은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이미지 센서, 스마트폰용 광학기술에서 초일류 제품을 만들게 됐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NX 미니’. 2년 뒤 삼성은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이미지 센서, 스마트폰용 광학기술에서 초일류 제품을 만들게 됐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미국 코닥, 일본 소니 등이 장악했던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초고화소 센서인 ‘아이소셀’ 제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 줌’ 휴대전화용 카메라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오랜 카메라 사업에서의 실패 경험이 ‘1등 제품’으로 이어진 셈이다.파워볼사이트


오디오 매니어에서 하만 인수까지
2000년대 들어 사진 한장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네티즌의 관심을 끈 건 배경의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이 사진은 90년대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집무실에 설치된 스피커는 영국 명품 오디오 업체 바워스 앤드 윌킨스(B&W)의 ‘매트릭스 800’이라는 제품이었다.

1990년대 이건희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집무실 모습. 뒤쪽으로 B&W의 플래그십 스피커 '매트릭스 800'이 보인다. 중앙포토
1990년대 이건희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집무실 모습. 뒤쪽으로 B&W의 플래그십 스피커 ‘매트릭스 800’이 보인다. 중앙포토

B&W의 플래그십(최고급) 스피커였던 이 제품은 가격도 수천만원이 넘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네티즌들은 ‘역시 이건희 회장’이라며 감탄했다. 이 회장은 당시 집무실에 역시 최고급 제품인 ‘FM어쿠스틱’의 앰프와 맥킨토시 앰프도 갖고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개인적 관심사만큼 최고의 오디오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95년 삼성전자는 미국 마드리갈과 제휴해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에 착수했다. 전설적인 오디오 설계자 마크 레빈슨이 만든 회로도를 적용했고, 당시 신생 스피커 업체였던 헤일즈와도 손을 잡았다.

삼성이 97년 출시한 최고급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 '엠퍼러'. 왼쪽은 프리앰프이고, 오른쪽은 스피커다. 지금도 중고시장에 가끔 등장하는데 매니어층이 적지 않다. 사진 구글
삼성이 97년 출시한 최고급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 ‘엠퍼러’. 왼쪽은 프리앰프이고, 오른쪽은 스피커다. 지금도 중고시장에 가끔 등장하는데 매니어층이 적지 않다. 사진 구글

97년 선보인 ‘엠퍼러’는 스피커 가격만 최소 1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스피커 무게만 100㎏에 달했고, 웬만한 아파트에서 시끄럽고 울려서 구동이 어려울 정도로 출력도 강력했다.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투자 여력도 줄었고 잘 팔리지도 않아서였다.

그로부터 20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오디오·자동차용 전장(電裝) 업체인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하만은 ‘엠퍼러’가 제휴했던 마드리갈은 물론 마크 레빈슨 등을 산하에 둔 회사다. 이건희 회장의 꿈처럼 ‘세계 최고의 오디오’를 만들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오디오를 만드는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하만 홈페이지 캡처
하만 홈페이지 캡처

물론 목적은 조금 다르다. 가정용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보단 미래 먹을 거리로 자동차용 전장(전자장치)에 던진 승부수다. 하만 인터내셔널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통신) 시스템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시계의 꿈은 정밀 산업으로 이어져
최고급 시계를 만들고 싶어했던 꿈 역시 삼성이 실패한 역사다. 83년 설립한 삼성시계는 일본 세이코, 스위스 론진 등과 제휴해 80~90년대 한국 시계 시장을 장악했다. 저렴한 쿼츠(건전지로 구동하는 시계) 시계인 ‘카파’나 세이코와 제휴해 내놨던 ‘돌체’ 등은 아직도 중장년층의 기억에 남아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뉴스 시보(時報)를 광고로 활용한 마케팅은 아직도 성공 사례로 여겨진다. ‘돌체’는 90년대까지 예물 시계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삼성은 세이코의 기술 이전이 여의치 않자 스위스의 무브먼트(기계식 시계의 구동장치) 기업 인수도 한때 추진했다.

하지만 비싼 기계식 시계 시장이 축소되고, 외환위기 이후 사업군 정리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시계의 역사도 중단됐다. 삼성시계는 계열 분리 후 종업원 지주사로 명맥을 이어갔다. 현재는 SWC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론진과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돼 2010년대 중반까지도 삼성 임원이 되면 론진의 드레스 워치인 ‘프레장스’를 부부 커플 시계로 주기도 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기와 투자의 경험이 이후 성공의 자산이 되기 마련”이라며 ”한국 기업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광학이나 오디오, 정밀기계 산업에서 쌓은 무형의 경험을 생각하면 이런 삼성의 도전들이 결코 실패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리얼미터 6개월 지지율 분석
여름 기점으로 40~50대 크로스
이낙연 대표 ‘호남·PK’ 강세
이재명 지사 ‘수도권·TK’ 앞서


여권의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양강’을 형성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근 지지율을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평가할 만하다. 한 때 40%를 웃도는 지지율로 부동의 1위였던 이 대표 지지율이 하향세를 그리는 동안, 10%를 겨우 넘었던 이 지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며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40~50대에서 지난 7~8월을 기점으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지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4050 표심’을 확실히 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050세대 지지율 ‘크로스’ 발생했다
국민일보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월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4050세대에서 이 대표로부터 이탈한 표심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이 대표는 50대에서 41.2%의 지지율로 이 지사(17.5%)를 크게 앞섰지만, 7월(이낙연 21.8%, 이재명 23%) 이후 이 지사에게 밀리고 있다. 40대에서도 견고했던 이 대표 지지율은 8월(이낙연 27.3%, 이재명 27.8%) 이후 흔들리는 모양새다.

7월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가시화되고, 이 지사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던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친형 강제입원’ 관련 재판에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며 정치적 족쇄가 풀리면서 이 지사는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큰 40·50세대의 여론 흐름은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사람 간 전체 지지율 격차도 4월 25.8%포인트(이낙연 40.2%, 이재명 14.4%)에서 9월 1.1%포인트(이낙연 22.5%, 이재명 21.4%)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관계자는 27일 “4050세대는 가치 중심으로 평가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 지사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진보적 어젠다로 이들에게 어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는 위기 상황에서 민생 이슈를 치고 나가는 모습이 시원시원해 보이는데 반해 이 대표는 관리만 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별로 하는 게 없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PK 수성한 이낙연, ‘호남 대망론’ 이룰까
이 대표 지지율의 주력기반은 호남이다. 4~5월보다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30%대 후반 지지율로 ‘호남 대망론’의 선두주자인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지층은 차기 대선에서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야 한다는 열망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PK 출신인 점을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명맥이 끊긴 호남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또 다른 유력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호남의 이 대표 지지가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대권 스윙보터’인 PK에서도 이 지사를 앞서고 있다. 이 대표가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려면 ‘호남 정치인’ 이미지를 벗어나 영남에서도 고루 지지를 얻어야 한다. PK지역이 영남 공략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수도권 잡은 이재명, 중도 넘어 보수까지 외연 넓힐까
이 지사가 이 대표와 박빙 승부를 하게 된 원동력은 인구 1600만명을 넘는 경기·인천 지역에서의 약진이 꼽힌다. 신천지에 대한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조치, 재난지원금 집행 등 이 지사의 선명한 정책메시지와 집행능력이 일종의 ‘사이다’ 역할을 하며 경기도에서 지지층 공고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이 지사와 가까운 여권 인사는 “도정에 집중하는 것이 곧 대권 준비”라고 했다.

이 지사의 수도권 선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9월 리얼미터의 시·도 단체장 지지도 조사에서도 긍정 평가가 68.5%로 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보수 지지층도 이 지사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라며 “경인 지역의 통근생활권인 서울로도 지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수도권 외에 이 지사가 최근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그의 ‘확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진보 색채가 짙어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던 그간의 평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가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는 거의 불식됐다”며 “지역주의·이념에 덜 얽매이는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영남권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TK 지지율을 두고 보수층 지지자의 ‘역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유권자들이 여권 내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에게 표를 몰아주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야권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 지사가 경북 안동 출신이고, 유력한 야권 후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역선택론은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가 뜨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두 유력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여전히 4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 간의 경쟁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총량으로 보면 이 대표의 최대 지지율이 40%였고, 지금은 그 지지율을 두 사람이 나눠 갖고 있는 것”이라며 “양강 구도도 좋지만 외연을 끌어당기는 지지율 경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상진 김판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헤르페스’ 보균 사실 숨기고 성행위
피해자 2명에게 성병 감염시킨 혐의
1심, 상해 혐의로 징역 5월 집유 3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성병 보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반복해 성병을 감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 대해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께 서울 이태원에서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피해자 B씨에게 본인이 헤르페스(HSV) 보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같은달 수차례 성관계를 통해 성병을 감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B씨와 첫 성관계를 가진 뒤 지난해 4월까지 약 7개월간 교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는 지난해 3월께 서울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자 C씨에게도 성병이 있음을 숨기고 두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해 성병을 감염시킨 혐의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이 사건 성행위가 있기 전 요도염과 헤르페스를 앓았지만 치료를 통해 외적 증상이 없어진 상태였기에 감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성행위와 피해자들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헤르페스 치료시기와 재발·전염에 대한 A씨의 인식을 보면 이 사건 헤르페스 전염에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증상발현시기나 내용을 보면 그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국회 환노위 고용부 종합국감..’#늦어도 괜찮아요’
정부 “전속성 폐지 방향 맞다”..특고 ‘손질’ 돌입?

지난 12일 숨진 쿠팡 물류창고 일용직 고(故)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권 의원들과 면담하며 아들의 근무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0.10.26/뉴스1
지난 12일 숨진 쿠팡 물류창고 일용직 고(故)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권 의원들과 면담하며 아들의 근무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0.10.26/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등 최신 현안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여당 의원들은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관련 제도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으며, 야당에서는 인국공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 제기에 집중했다.

질답이 오가며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부는 특고 관련 제도를 손질하자는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한 듯 보였다. 고용부는 특고의 근로자성 인정을 제한하는 기준인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게 맞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반대로 야당의 인국공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일관되게 방어했다. 고용부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청원경찰 직고용 결정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당 “#늦어도_괜찮아요…특고 제도 손질해야”

지난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부 종합감사는 초반부터 택배기사 처우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는 ‘택배 기사님들! #늦어도_괜찮아요’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택배기사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닌 특고로 관리하면서 긴 근로시간, 휴게시간 부재, 심지어 과로사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고 질타했다.

특고란 임금 노동자와 개인 사업자 영역 사이에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근로자처럼 다른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고 도급계약을 맺는다. 돈을 버는 방식도 임금이 아니라 모집·판매·배달·운송 등으로 일한 만큼 챙겨간다.

26일 국회 환노위 고용부 종합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 노트북에 '택배기사님들!! #늦어도_괜찮아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2020.10.26/뉴스1
26일 국회 환노위 고용부 종합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 노트북에 ‘택배기사님들!! #늦어도_괜찮아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2020.10.26/뉴스1

여당 의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며 특고 종사자들이 많아졌고, 이에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개발해야 함에도 기존 제도를 주먹구구 식으로 끼워 맞추려 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산재보험만 해도, 특고는 한 사업주에 속하는 정도인 전속성 기준이 적용돼 가입이 힘들다. 특고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전속성 기준에 따라 소득 절반 이상이 한 사업장에서 나와야 한다.

또는 특고 종사자 대부분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는 사업주 측 무언의 압박이나 동료 사이 분위기로 인해 가입을 가로막는 요소가 됐다. 이에 따라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는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특고로서 관리된 역사가 비교적 길지만 산재보험 가입대상으로 등록된 인원은 13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 성격이 짙지만, 기초적인 노동권 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고 ‘전속성’ 폐지 여론↑…’근로자化’ 이뤄지나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일부분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내부적으로도 이제는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속성 폐지 방향은 맞지만, 그렇게 하면 산재보험 적용·징수, 보험관리 체계에 큰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는 직종별 특징이 있으므로 특징별로 맞는 구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특고 문제를 산재보험 영역에만 국한하면 안 된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특고 제도 전반에 구멍이 났으므로,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플랫폼 노동 확산에 발맞춰 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제도를 없애도 문제는 애초부터 특고 노동자가 입직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고용부는 먼저 특고들의 입직신청 현황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골프장 캐디의 경우 95% 정도가 소득신고 회피를 위해 아예 입직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특고의 근로자 성격이 모호하다는 미명 아래 제도적 구멍을 방치했다는 뜻으로도 풀이됐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26일 국회 환노위 종합감사에서 직원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0.10.26/뉴스1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26일 국회 환노위 종합감사에서 직원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2020.10.26/뉴스1

이에 이 장관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개편과 함께 관계부처 협업을 거쳐 입직신고 누락을 막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여당의 특고 전속성 폐지 움직임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야당의 반대도, 현실 사업주들의 반발도, 심지어 특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택배 서비스업을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특례조항’의 예외로 두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특고에도 기초 노동규제를 적용하자는 정치권 여론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쿠팡이 홀로 맞은 화살…”다른 회사들은 면피중?”

물류회사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는 엄성환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CFS) 전무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지난 12일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밤낮 없이 일하던 한 20대 노동자가 숨졌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쿠팡은 사망한 노동자가 과로사 한 게 아니라는데 야간 노동자는 실 근무시간에 30%를 가산해야 한다”며 “사망 노동자는 9월 근무 기록을 보면 한 주간 실 근무 58시간, 가산할 경우 약 69시간을 근무를 했다”고 질타했다.

엄성환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CFS) 전무가 26일 국회 환노위 고용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2020.10.26/뉴스1
엄성환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CFS) 전무가 26일 국회 환노위 고용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2020.10.26/뉴스1

이에 엄 전무는 “쿠팡은 모든 직원을 직고용 형태로 고용하고 있고 산재보험에도 가입시키고 있다”며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 분들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쿠팡은 택배기사를 직고용하고 분류작업을 분담하는 등 업계 안에서 그나마 처우가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가 아닌 ‘물류센터 직원’이 숨진 쿠팡을 발언대에 세우고, 택배기사 처우에 더욱 직접적으로 연관된 타 물류회사는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환노위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다른 물류회사에 대한 비판도 빗발쳤다. 이 장관은 최근 CJ대한통운이 내놓은 과로사 대책이 ‘면피용’이라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대책에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분류인력 투입 등 긍정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사가 참여하는 대화 체계를 만들어 (대책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잇단 택배기사 사망에 따라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는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한진택배는 심야배송 중단과 분류지원 인력 1000명 투입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icef08@news1.kr

정치인에게 국정감사는 좋은 무대다. 너나없이 날 선 질의로 지적 매력을 뽐내고, 피감기관장을 쩔쩔매게 하는 장면을 그린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무대라고 다를 바 없었다. 너도나도 ‘한 방’을 노렸는데, 그 한 방이라는 건 대개 이런 식이었다.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서 이원욱(오른쪽) 과방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인사하고 있다. 국감이 진행될수록 둘 사이는 험악해졌다. 오종택 기자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서 이원욱(오른쪽) 과방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가 인사하고 있다. 국감이 진행될수록 둘 사이는 험악해졌다. 오종택 기자

◆“한 대 칠까?”=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에선 한 정치인의 주먹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가 진행되던 중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람이 정말, 한 대 쳐 버릴까”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인 것이다. 두 사람은 질의시간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 위원장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사람이”라고 소리 지르며 박 의원 쪽으로 다가오자 박 의원이 벌떡 일어나 맞대응한 것이다. 이런 말다툼도 오갔다.

▶이=“여태까지 얼마나 배려를 해줬는데, 질문하세요. 질문해.”
▶박=“반말을 해? 똑바로 하세요. 아이 XX, 위원장이라고 진짜 더러워서.”
▶이=“야, 박성중! 너 보이는 게 없어?”
▶박=“‘야’라니, 이 건방진 나이도 어린 XX가.”

이후 이 위원장은 의사봉을 거칠게 내려친 뒤 바닥에 던지며 감사중지를 선포했다. 피감기관장인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었고, 국회 속기사는 귀를 막았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과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둘은 말다툼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던 '님'이란 존칭을 생략한 채 반말을 주고받았다. [연합뉴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과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둘은 말다툼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던 ‘님’이란 존칭을 생략한 채 반말을 주고받았다. [연합뉴스]

◆“위원장!” “왜!”=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감에선 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사이에 설전이 있었다. 김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관련 자료를 민홍철(국회 국방위원장) 민주당 의원실에만 제출하고 야당에는 안 줬다”는 취지로 서욱 국방부 장관을 몰아세우자 윤 위원장은 “생각을 좀 입체적으로 하라”고 다그쳤다. ‘열 받은’ 김 의원이 윤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말다툼으로 번졌다.

▶윤=“김도읍 간사. 김도읍 간사.”
▶김=“….”
▶윤=“이제 불러도 대답을 안 해요? 김도읍 간사. 위원장에게 사과하라는 겁니까?”

김 의원의 사과 요구에 윤 위원장은 “국방위원회에서 한 서면질의에 대해 답변한 것이라 (법사위 국감에서) 왜 자료 안 주냐고 하는 건 격이 안 맞다. 제대로 설명하면 좀 알아들으라”고 호통쳤다. 그러자 김 의원이 맞받았다.

▶김=“위원장.”
▶윤=“왜.”
▶김=“왜?”
▶윤=“왜.”
▶김=“위원장.”
▶윤=“왜 그래요!”
▶김=“그거(서류 제출 여부)는 국방부가 답변할 얘기에요.”

결국 윤 위원장이 서 장관에게 “김 의원에 자료 제출을 해 달라”고 말하면서 일단락됐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 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관계도가 그려진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 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관계도가 그려진 화면을 모니터에 띄웠다. [연합뉴스]

◆역공당한 의혹 제기=지난 22일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 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사단”이라고 주장하며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이 적힌 인물관계도를 화면에 띄웠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의를 받았다. 신 의원은 “솔직히 얘기해서 이분들 한동훈 밑으로 해서 다 윤석열 사단 아니냐”고 물었는데, 정작 윤 총장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발언만 이어갔다. 이윽고 질의시간 초과로 신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윤 총장은 “아니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면 답을 할 기회를 주시고, 의원님이 그냥 말씀하실 거면 저한테 묻지 마시라”고 맞받았다. 신 의원이 “반박 있으면 해보라”고 하자 윤 총장은 “지금 이 도표를 보니까 ‘1987’ 영화가 생각난다, 이게 뭐냐. 외람된 말씀이지만 어느 정당 정치인이 부패에 연루되면 당 대표까지 책임져야 하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종합감사 땐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인물관계도를 띄웠다. 골프장 입찰과 관련해 같은 김현미 장관과 같은 전주 출신의 이상직 무소속 의원,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이 “권력형 게이트가 의심된다”면서다. 김 장관은 곧장 “이게 게이트라는 이유는 무엇이고 근거는 뭐냐” “의원님은 의원님 지역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의혹 당사자가 되는 거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이 “(이 의원과)누나, 동생 하는 사이고”라고 하자 김 장관은 “저와 누나, 동생이라고 하는 우리 당 의원님들이 줄을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상임위를 제외하곤 26일로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역대 최악이란 평가의 20대 국회가 끝나고, 새 얼굴들이 대거 들어온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였던 까닭에 일말의 기대들이 있었다. 하지만 블랙코미디 몇 장면만을 남긴 채 무대는 끝났다. “정치는 4류”라던 한 기업인의 탄식 뒤 무려 세기(世紀)가 바뀌었지만, 지금 보면 그의 평가가 되려 후했던 게 아닐까 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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